김기환 통일교육문화원 평화교육연구소장

 

한반도가 흔들린다. 38선 이남 땅에는 자연 지진으로 흔들리고 이북 땅에는 인공지진으로 흔들린다. 아직도 경주, 울산 등지에는 여진이 이어지고, 북한의 핵실험 여파 역시 계속되고 있다. 사드배치 문제가 그렇고, 오산 공군기지에 착륙한 미국의 B-1B 폭격기가 그렇다.

병서인 육도삼략에서는 육도 중에 ‘문도’를 가장 중시한다. 병법에서는 당연히 문(文)보다 무(武)를 더 중시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문이란 단지 글의 차원이 아니라 인의와 도리를 비롯한 인문주의 정신을 뜻한다. 군주가 인의를 모르고 도리를 저버린다면 그 나라는 바로 설 수 없다. 또 그런 나라의 백성이 강한 군대를 이룬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때문에 무보다 문이 중요하며 문은 강한 무의 본이 된다는 사실이다. 文(문)은 인륜과 도덕을 높이며 백성을 교화하고 화평한 사회를 만드는 근원인 셈이다.

문도에 이어서 무도가 나오는데 武(무)란 군사력이나 권력 그리고 힘을 말한다. 한데 武(무) 즉, 군대가 지향하는 가치는 전쟁에서 이기는 일인데, 묘하게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강조한다는 사실이다. “가장 완전한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며, 가장 뛰어난 군대는 적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全勝不鬪, 大兵無創). 육도삼략 제2편 무도(武韜) 제1장 발계(發啓)편에 나오는 말이다.

문도가 아닌 무도에서도 적과 싸우지 않을 뿐더러 상처 나지 않게 이길 것을 강조한다. 이것은 손자병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백전백승, 비선지선자야(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부전이굴인지병, 선지선자야(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백전백승이 최선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혹은 이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란 것이다. 삼략에서 상략의 핵심도 부드러운 것이 딱딱한 것을 이기고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고 했다.

육도삼략이나 손자병법이나 결국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이다. 특히 손자병법에서 나라의 전쟁 혹은 안보와 관련해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이라 하여 다섯 가지를 근본으로 삼는데, 이는 오늘날 국방의 5대 요소라 하겠다. 그중에서도 도(道)를 가장 중시하는데 손자가 강조하는 도는 올바른 정치를 말한다. 바른 정치로 백성을 위함으로써 나라가 위기에 처할 경우 용기백배하여 싸울 수 있고, 마침내 승리할 수 있기 때문으로 결국 바른 정치 즉 도를 바로 세우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다.

한데 서양의 병법서라고 할 수 있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서는 조금 다르다. “박애주의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적에게 필요 이상의 손해를 주지 않고도 교묘히 무장해제를 시키고 굴복시킬 수 있다고.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전쟁의 비결이라고. 이 주장은 얼른 보면 참으로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역시 잘못이다. 왜냐하면 전쟁처럼 위험한 사업에서는 너그러운 마음에서 나오는 오류보다 더 무서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 대단히 물리적이고 힘의 논리로만 접근한 생각이다. 이를 동서양의 가치가 대비된다고 할 순 없지만 전쟁은 물리적인 힘이 우월하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힘의 우위나 다수의 물량보다는 인화나 정서적 단결 그리고 고도의 전략이 가미됐을 때 승리할 확률이 높다. 이는 역사적 사실에서도 충분히 확인된다. 때문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전쟁에서의 승패가 아니라 어떻게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킬 것인가이다.

육도삼략과 손자병법에서는 나라의 근본이 물리력이나 힘에서 출발한다기보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이다. 나아가 그것이 전쟁에서 힘으로 결집된다는 뜻이다. 부득이 전쟁을 해야 한다면 부전으로도 이길 수 있고 또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핵 문제와 사드 배치 문제로 나라 안팎이 연일 시끄럽다. 이참에 무엇이 진정으로 이기는 길이고 평화를 가져오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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