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인협회 명예이사장
학창시절부터 습작 문학기틀… ‘시문학’ 등단 문인단체 리더로
“직장 경륜·실무 능력, 밑거름”… 현대시협 이끌며 협회 중흥
국제PEN한국본부 35대 이사장 출마 준비… “한국문학 세계화”
초기 서정시, 중기 역사의식의 천착, 후기 하이퍼 풍자시 변모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손해일 ㈔한국현대시인협회 명예이사장은 문인으로선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문인이라면 일반적으로 거쳤을 법한 문과 대신 이과 코스를 밟았다. 그는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나와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정년퇴직까지 34년 동안 농민신문사 기자와 편집국장, 농협대학 교수, 농협 지점장 등을 두루 거쳤다. 학창시절부터의 꾸준한 습작을 토대로 직장 생활 도중 1978년에 시인으로 등단하고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전공도 바꿔 홍익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직장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은 그를 리더로 키우는 자양분이 됐다. 한국 문인 단체를 이끌어가는 중추가 되게 한 것. 그는 한국현대시인협회 제23대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문학평론가협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재임 기간엔 조직과 시스템을 다져 협회 분위기를 일신하고 중흥을 이뤘다. 지난 2월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임기를 마치고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현대시인협회 제23대 이사장 임기를 마쳤습니다. 활동 결과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미당 서정주 선생을 초대회장으로 1971년 창립된 한국현대시인협회는 모윤숙, 김종문, 문덕수, 이원섭, 이봉래, 함동선, 권일송, 정공채 회장 등을 거치면서 발전해 온 한국의 대표 시인단체(2005년 사단법인화)로 현재 국내외 회원은 1200여명입니다. 그 바탕 위에 제가 제23대 이사장으로 영예롭게 취임해 협회 활성화를 위해 집행부와 함께 열정을 다한 결과 회지 발간, 시화전, 문학기행, 문학상 시상 등 기본 행사 외에 협회 체질 개선, 정관 개정, 홍보 강화, 기금 확충, 신입회원 확대, 재미시협과의 자매결연 등 다방면으로 성과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 임기 중 여러 업적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업적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모범 정관 개정과 기금 확충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정관 개정은 현행법상 의결정족수가 전회원의 찬성 3분의 2를 넘어야 하고 주무부처의 허가라는 현실적인 벽 때문에 완결까지 5개월이나 걸렸습니다. 조직개편과 불합리한 조항 정비에 이어 특히 비현실적인 의결정족수를 3분의 1 찬성(과반수출석 3분의 2 찬성으로 표기)으로 대폭 낮추어 관철시켰습니다. 회원수가 많은 한국문인협회나 국제PEN한국본부도 이런 애로 때문에 정관 개정을 쉽게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해결과제입니다. 한가지 부연하면 한국의 문인단체들이 대부분 재정이 열악하지만 특히 자본 잠식상태였던 본협회 기금을 대폭 확충한 것도 기억납니다.

- 현재 주력하고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그동안 여러 단체 일로 소홀했던 작품 창작과 독서, 저서 집필에 주력해  신작시집과 시선집, 문학평론서 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현대시인협회는 명예이사장으로 후선에서 돕고 있으며, 국제PEN한국본부는 현재 부이사장으로서 내년 1월 예정인 제35대 이사장 출마를 위해 전방위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 공약을 다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PEN의 국제적 도약과 위상 제고,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번역시스템 강화, 조직개편, 회원들의 권익 확대를 위한 획기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 이사장님은 1978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여러 문인 단체를 이끌면서 많은 활동을 해오셨는데 한 말씀 해주시지요.

제가 1978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동인활동과 문인단체 실무진을 거쳐 한국시문학회 회장, 홍익문학회 회장, 서초문인협회 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등을 맡아 봉사한 바 있습니다. 맡은 단체마다 저의 역량과 열정을 다해 회원 화합과 자부심을 높이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협회 활성화를 통해 단체 위상을 업그레이드시켰다고 자평합니다. 그 이면에는 제가 격일간 신문 편집국장, 대학교수, 금융계 간부 등을 두루 거치며 익힌 경륜과 실무능력이 밑바탕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 현대사회에서 시는 어떤 역할을 하며, 시인의 존재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모든 예술작품이 그렇듯이 시의 역할도 특히 인간의 고차원적 표현욕구와 카타르시스 기능, 교훈적 기능을 들 수 있습니다. 시가 생존의 필수품은 아니지만 인간의 생활을 윤택케 하는 빛과 소금 역할로  조미료나 양념이라고나 할까요. 특히 “시삼백(詩三百) 사무사(思無邪)”라는 공자님의 말씀이 혜안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시인은 시대를 앞서가는 예민한 촉각으로 세상을 밝히는 등대이며, 조잡한 언어의 광물덩이에서 보석을 빚어내는 연금술사이며, 수없는 담금질과 풀무질로 명검을 벼리는 언어의 도검장이라 하겠습니다. 그러자면 허튼 수작과  ‘지록위마(指鹿爲馬)’를 배격하는 올곧은 선비정신과 투철한 장인정신이 필수라고 봅니다.

- 이사장님의 등단 전후 사정과 작품세계, 수상, 대표작 등을 말씀해 주시지요.

저는 학창시절 오랜 습작기와 초회추천을 거쳐 월간 ‘시문학’ 1978년 6월호에 ‘빛을 위한 탄주’가 문덕수, 이석 선생의 추천으로 등단했습니다. ‘시문학’지는 ‘현대문학 ’ 자매지로 1971년에 창간된 최장수 문학지의 하나로 45년 동안 빠짐없이 금년 8월로 통권 541호를 발간하고 있지요. 저의 작품세계를 한마디로 규정키는 어려우나 평론가들은 초기 서정시, 중기 역사의식의 천착, 후기 현대적 하이퍼 풍자시로 나누고 있습니다. 특히 애착이 가는 몇 작품은 데뷔작으로 유신체제를 비판한 상징시 ‘빛을 위한 탄주’, 백제 왕인(王仁)박사 도일 행적을 취재해 10년이 걸린 서사시 ‘왕인의 달’, 일본 히로시마 원폭을 취재한 500행 다큐멘터리 장시 ‘그날의 핵십자가’, 하이퍼 풍자시 ‘떴다방  까치집’, 매미소리를 판소리 시극 형태로 구성한 ‘참매미 동편제’ 등입니다.  최근에는 물고기 연작 유머 풍자시 ‘ 新자산어보’ 시리즈를 시집으로 준비 중입니다. 문학상은 서울대문학상, 홍익문학상, 시문학상, 서초문학상, 소월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우리 현대시가 너무 엄숙한 인생론적 도덕 교과서류가 되거나 낭만 과잉의 신파조를 배제하고 저는 재미와 교훈과 지식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지적인 다큐포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시도 고답적인 수준에서 현대적으로 변모해야지요.

◆주요 약력
-전주고 및 서울대 졸업, 홍익대대학원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1991년), ‘시문학’ 등단(1978년)
-시집 ‘흐르면서 머물면서’ ‘왕인의 달’ ‘떴다방 까치집’, 평론집 ‘박영희문학연구’ ‘현대의 문학이론과 비평:공저’ ‘박종화시연구’
-현(現)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한국현대시인협회 명예이사장(제23대 이사장)·㈔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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