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순수의 시대’ 스틸 컷.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화인웍스)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조선 개국 7년에 이방원에 의해 벌어진 1차 왕자의 난 속에 가려졌던 복수와 치정 그리고 욕망을 거침없이 ‘날 것’으로 표현하고 있는 영화 ‘순수의 시대’.

전작 ‘블라인드’의 연출을 맡았던 안상훈 감독의 신작인 ‘순수의 시대’는 장혁, 신하균, 강하늘, 강한나 주연으로 욕망을 주제로 복수와 치정을 이어가는 본격 성인사극물이다.

1398년 태조는 제 손에 피를 묻혀 개국을 일군 왕자 이방원(장혁 분)이 아닌 어린 막내 아들을 정도전의 비호 하에 세자로 책봉하게 되고 이 일을 발단으로 왕좌와 권력을 둘러싼 왕자의 난에 시동이 걸린다.

정도전의 사위이자 태조의 사위 진(강하늘 분)을 아들로 둔 장군 김민재(신하균 분)는 북의 여진족과 남의 왜구로부터 끊임없이 위태로운 조선의 국경선을 지켜낸 공로로 군 총사령관이 된다.

민재는 어미를 닮은 모습의 기녀 가희(강한나 분)에게서 난생 처음 지키고 싶은 제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최초의 반역, 야망의 시대를 거스르는 순수는 난세의 한가운데 선 세 남자와 막 태어난 왕국 조선의 운명을 피바람으로 몰고 가는데.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이렇다. 이미 역사가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이방원이 언제 어떻게 왕자의 난을 일으킬 지에 대한 긴장감은 영화의 베이스가 돼 무게감 있는 연출이 적절하게 드러난다.

또 영화는 정도전의 개로 살다가 처음 연모를 느낀 민재의 욕망을 ‘순수’의 그것이라고 표현하는데 집중한다.

민재의 욕망은 가희와의 베드신으로 수차례 등장하게 된다. 수위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복수와 치정을 위한 베드신에서 점점 민재의 순수한 욕망에 중점을 두는 베드신으로 이어가지만 마치 영화의 스토리가 베드신의, 베드신에 의한, 베드신을 위한 당위성을 두고자 힘겹게 이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중간 중간 인간의 존엄성마저 짓밟는 표현은 거북하기만 하다. ‘실제 역사에서 천민은 소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어~’라는 명분 아래 날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면 성공했지만 굳이 강간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불필요한 베드신이 자꾸만 튀어나와 극의 흐름을 망치는 느낌이다.

또 연기의 표현력도 ‘대체 어떤 의미?’라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배우들의 내면 연기 보다는 음악이 극의 분위기를 몰아가기만 해 표현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 영화 ‘순수의 시대’ 스틸 컷.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화인웍스)
뚜렷한 선을 보여주며 연기하는 것은 장혁과 강하나뿐이다. 특히 강한나는 복수와 연민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장면에서 애매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신인 여배우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안정된 발성이나 사극 특유의 톤이 잘 잡혀 앞으로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영화는 오는 3월 5일 개봉한다. 19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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