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현대 심리학에 ‘워비곤 호수 효과(Lake Wobegon Effect)’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남과 비교해 무엇이든 평균 이상일 것으로 착각하는 심리적 오류를 말한다. 이는 미국 미네소타 주에 있다는 가상의 마을 ‘워비곤 호수’에서 유래했다. 1973년 미국의 한 라디오 쇼의 DJ인 개리슨 케일러는 ‘워비곤 호수 소식’이라는 코너를 진행하면서, 이곳을 모든 여성은 강하고 모든 남성은 잘생겼으며 모든 아이는 평균 이상인 마을로 묘사했다.

성공한 스포츠 스타들도 이러한 성향을 많이 갖고 있다. 자신의 종목에서 탁월한 경기력을 보인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더욱 강한 일면을 보인다. 운동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 프로선수들은 운동에서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른 부분에서도 자신이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성향은 돈 문제에 관한한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프로는 돈’이라는 공식으로 통하는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큰 부를 획득한 선수들이 운동 선수 이후 파산하는 이유는 이러한 심리적 요인을 들어 설명이 가능하다.

얼마 전 모 종편TV에서 전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박종팔의 ‘대찬 인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았다. 1987년 한국인 최초로 WBA 슈퍼미들급 세계챔피언에 오른 박종팔이 사업에서 실패한 사연이 공개됐다. 박종팔은 “당시 경기당 파이트머니로 1억 5000만 원을 받았다. 당시 은마아파트는 2000만 원 정도로 은퇴 후 집하고 땅이 31곳이었다”고 말하며 과거 복싱 세계챔피언으로 엄청난 재산을 축적했다며 한때 수백억대 재산가였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은퇴이후 박종팔은 술집 운영 실패, 스포츠센터 투자 실패, 지인들의 배신 등 여러 가지 사기사건으로 전 재산을 탕진하고 수락산으로 들어가 극단적인 생각도 했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술집 운영 당시 박종팔은 “외상 손님들이 500만 원을 먹고 어음을 2000만 원짜리를 가져오면 현금으로 1500만 원을 거슬러주고 그랬다. 다들 그렇게 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다 부도 어음이 되어 손해를 많이 보았다”고 말하며 운영 실패의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박종팔은 “운동선수로 성공해 사업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며 “충분한 준비 없이 뛰어든 사업에서 많은 쓴 경험을 맛봤다”고 말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유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화려한 스타덤에 올랐던 김재엽도 최근 TV에 출연해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털어놓았다. 직설적인 성격에다 바른 말을 잘해 유도계에서 추방당하기도 했던 김재엽은 몇 번의 사업실패로 자살까지 시도하고 노숙자 생활까지 했다. 화려한 인생에서 밑바닥까지 추락하며 큰 어려움을 겪었던 김재엽은 강인한 의지로 재기해 경호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며 현재 대학교수를 하고 있지만 사업실패로 고생했던 지난날의 아픈 기억은 잊을 수 없다.

미국도 스포츠 스타들이 은퇴이후 사업에 뛰어들거나 돈 관리를 제대로 못해 파산하는 경우가 많다. 2009년 3월 미국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지는 ‘운동선수들이 파산하는 이유’라는 특집기사에서 불경기이건 불경기가 아니건 간에 많은 NFL, NBA, MLB 선수들이 재산을 탕진해 선수들이 얼마나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NFL 선수들 가운데 78%가 은퇴이후 2년 안에 파산하거나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으며 NBA 선수들 중 60%가 은퇴 후 5년 안에 비슷하게 재정적인 어려움을 당한다고 밝혔다.

운동선수들은 일반인들과 다른 특성이 많다. 집중력, 공격성, 정서 등에서 탁월한 특성을 보이지만 이러한 특성이 일반 사회생활을 하는 데, 특히 돈을 벌고 경제력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좋게만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승패에 집착해 주어진 현실만을 생각하는 운동선수의 성향도 장기적인 계획으로 관리해야 하는 재테크에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운동선수 이후에도 사업적으로 성공한 이들도 많다. 얼마나 자기 관리에 투철하며 재무 관리 등 여러 네트워크와 정보, 지식 등을 활용해 돈 문제를 잘 다루어나가면 얼마든지 재력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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